이미 선진국에서는 정밀의료 서비스 구현과 산업화에 적극 투자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 걸음마 단계다. 세계를 선도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한 체계적인 플랫폼 부재와 각종 규제로 산업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코로나19로 일상은 물론 산업도 대대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면서 “사전에 질병을 예측하고 백신과 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정밀의료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이 더욱 절실해 진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 정밀의료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구축 사업은 삼성서울병원과 정보기술(IT) 기업 더존비즈온 등 상급종합병원과 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 추진한다. 플랫폼에 병원 의료 데이터와 의료 솔루션 기업의 유전체 및 라이프로그 데이터, 공공기관의 국민건강보험 및 보건의료 정보 등이 모이는 구조다. 사업비로 올해부터 2024년까지 271억원이 투입된다.

사업을 주관하는 삼성서울병원은 지속적으로 임상 데이터를 제공한다. 병원은 개원 이후 26년간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축적했다. 처방 건수는 약 13억건에 달한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연구부원장은 포럼에서 “의료기관과 IT기업, 제약사, 의료기기업체, 연구소 및 대학, 정부 간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데이터 결과 해석 △지식화 △치료 프로세스 변경 △데이터 추출·정제·분석 △연구 수행이 선순환하는 체계를 구현한다면 지속적인 의료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플랫폼은 IT 분야에서 역량을 과시하고 있는 더존비즈온이 구축한다. 더존비즈온은 국내 최대 클라우드 사업자 플랫폼 구축·운영 노하우가 있다. 지난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대한민국 10대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디지털 뉴딜’ 제시 후 첫 현장 행보로 더존비즈온을 방문하기도 했다.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 부문 대표는 “환자 의료 정보를 표준화하고 디지털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료 협업 네트워크와 혁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밀의료와 관련해 강원도는 지난 11월 과기부가 주관하는 라이프로그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공모 사업’도 따냈다. 이 사업은 라이프로그를 수집·저장·분석·가공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과 라이프로그 데이터 확보를 위한 빅데이터 센터 11곳을 구축하고, 기업 지원 및 인재 양성을 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18개 병원·기관·기업들이 협업해 2022년까지 177억원을 투자하는 매머드급 사업이다. 연세대학교 원주산학협력단이 주관하고 강원도와 춘천시, 원주시,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디큐·라이프시맨틱스, 법무법인 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강원대학교병원,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아이센스, 베이글랩스, 휴레이포지티브, 굿닥, 케이웨더, 대한청각학회, 헬스맥스가 참여한다.

강원도는 내년 상반기까지 정밀의료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1단계)과 라이프로그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을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내년 3월 ‘강원 정밀의료 규제자유특구’ 지정도 추진한다.

이번 정밀의료 산업은 춘천 소양강댐 일원에 78만4000㎡ 규모로 조성될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 클러스터는 데이터센터를 집적화하는 클라우드 비즈니스 플랫폼 융합단지와 스마트팜 단지, 물기업 특화단지, 친환경 생태주거단지로 구성된다. 2027년까지 국비 253억원과 지방비 109억원, 민자 2665억원 등 3027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난 7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으며 내년부터 용지를 조성해 2027년이면 기업 입주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최정집 강원도 첨단산업국장은 “클라우드 비즈니스 플랫폼 융합단지의 핵심 산업으로 정밀의료 빅데이터 산업을 육성해 지역경제 활성화 및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데이터 수도, 정밀의료 메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상헌 기자